from 중앙일보
오늘, 그러니까 2008년 2월 11일자 중앙일보 18면에 실린 이원복 교수의 세계사 만평입니다. 어떻게들 보셨는지요?
처음에 고액권 이야기를 꺼내고, 일본 1만엔 지폐에 나와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조선과 중국 침략을 주장한, 별로 달갑지 않은 인물입니다만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나아갈 길, 즉 비전을 제시했던 인물로 최고액권의 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겠지요.
하지만 살짝 혈압이 오르는 이유는 그 다음에 있습니다. 10만원 고액권의 모델로 백범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 일본 콤플렉스 쯤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백범은 이미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나의 소원'을 읽어보기나 했습니까? 적어도 제 개인적으로는 그 글에 우리나라의 비전을 충분히 제시해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나의 소원' 중에서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서 비전이 될 수 없는 겁니까.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그래서 고액권 모델로 백범이 선정된 것을 비꼬고 싶었습니까? 저는 진실로 새 권력자와 여의도에서 쌈질만 하는 바보들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미래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짧은 글로서 다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런데도 고액권 모델 자격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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